'아동학대' 유치원 교사 구속 파문…"유치원 운영 근본 개선 필요"

부산유치원연합회, 수수방관…"아동학대 개념부터 정립해야" 지적

[뉴스1/부산/조원진 기자=] 어린이를 상습 학대하던 부산지역 유치원 교사의 구속 사건을 계기로 유치원 운영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29일 원생 2명이 다퉜다는 이유로 서로 때리게 하고 밥을 늦게 주는 등 어린이들을 상습적으로 구박한 혐의로 기장군 모 유치원 교사 박모(30)씨를 구속했다.

유치원 교사가 어린이들을 학대한 혐의로 사법기관에 고소 고발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구속되기는 극히 이례적이어서 유치원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오는 9월부터 시행될 경우 현재와 같은 유치원 업계의 안이한 운영체계로는 유치원 교사들의 잇따른 구속 사태마저 일어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유치원 운영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교사들에 대한 낮은 대우와 높은 업무강도라는 것이 유치원 업계 안팎에서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부 유치원의 경우 수익내기에 급급, 교사들의 숫자를 최소화하면서 호봉 승급에 따른 임금 인상을 피하기 위해 경력이 낮은 교사들만 선호한다는 것도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지난 1월 제정돼 오는 9월29일부터 적용되는 아동 학대 특례법은 처벌 규정을 크게 강화하면서 아동학대의 범주를 명문화해 놓은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아동유아시설의 경우 모든 종사원들에 대해 '아동 학대' 사실을 보거나 들은 경우 이를 신고토록 의무화하고, 상습적으로 아동을 학대한 경우 형을 가중처벌토록 했다.

지금까지 어린이들을 구박한 혐의로 사법기관에 넘겨진 사례의 경우 거의 대부분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특례법 적용으로 앞으로는 특별한 감경사유가 없는 이상 집행유예도 어렵게 됐다.

이처럼 아동학대에 대한 부모나 일반 사회에서의 잣대는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유치원 업계에서는 이렇다할 개선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산지역 유치원 300여명의 원장들로 구성된 부산유치원연합회의 경우 지난 1월 새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회원 유치원에 대한 체계적 지원은커녕 선거과정의 과열 후유증에 벗어나지 못한 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내부 불만에 휩싸여 있는 실정이다.

한국유치원총엽합회 강병동 정책실장은 "안전 교육도 마찬가지지만 아동학대 문제도 그냥 아는 것과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면서 "이번 유치원 교사의 구속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전환이 유치원을 중심으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학대는 당한 어린이와 부모도 피해자이지만 해당 교사도 피해자로 볼 수 있다"면서 "유치원들이 이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을 강화하고 원천적으로 유치원은 교육보다 아동보호가 우선이란 확고한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치원 원장은 "일부 사립유치원의 탐욕스런 경영이 잘못 알려지면서 대다수 유치원을 도매금으로 욕보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립유치원의 자정노력이 대대적으로 펼쳐지지 않으면 공립유치원의 증설 필요성이 갈수록 힘을 얻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