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스웨덴 성평등 유치원] ‘그’와 ‘그녀’ 대신 ‘친구’를 가르쳐요“분홍색은 여자아이용? 남자도 인형놀이 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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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아이미소연구소 | 작성일 | 2013-10-07 13:32: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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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성평등 유치원] ‘그’와 ‘그녀’ 대신 ‘친구’를 가르쳐요
성역할 고정관념 깨는 평등 교육은 유치원 때부터
한부모가족·입양아와 동성애자 등 소수자도 배려
▲ 니콜라이 유치원의 소녀와 소녀를 구분짓지 않고, 친구라고 가르친다.
로타 로잘린 원장은 “성평등 교육은 아이들이 성별 고정관념을 넘어서서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신문
[여성신문/이하나기자=] 중세의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스톡홀름 구시가지 감라스탄에 위치한 니콜라이 유치원(Nicolai garden). 지은 지 120년이 넘은 3층 건물에는 1~3세 어린이 115명이 수업을 받고 있다. 이곳은 스웨덴 유치원 중에서도 ‘가장 성평등한 유치원’으로 꼽힌다. 이곳은 아이 한 명당 월 1000크로나(약 17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공립 유치원으로 매년 300명이 입소를 기다릴 정도로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평등’을 강조하는 원장 로타 로잘린(Lotta Rajalin·55)씨의 교육철학이 인기 비결이다.
“아이들을 한(han·그)이나 혼(hon·그녀)이라는 말 대신 중성적 의미의 헨(hen)으로 불러요.”
니콜라이유치원의 교사들은 아이들을 남녀로 구분하지 않고 ‘친구’라고 부른다. 장난감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로 나누지 않는다. 남자아이도 인형놀이를 하고 분홍색 옷을 입는 것이 자연스럽다. 레고 같은 조립식 장난감도 교실 바닥에 흔하게 널려 있다. 집 같은 편안한 느낌의 교실 한편에는 주방이 마련돼 있다. 장난감 주방놀이도 교실 곳곳에 있다. 여성과 남성의 일을 구분 짓지 않으려는 유치원의 세심한 배려다.
▲ 니콜라이 유치원의 인형들은 피부색도 다양하다. ?여성신문
성별뿐 아니라 한부모가족, 동성 커플 등 다양한 가족관계도 배려한다. 2층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는 동성애· 입양·한부모 가족을 다룬 그림책들이 빼곡 꽂혀 있다. 가령, 아이가 없는 수컷 펭귄 커플이 버림받은 알을 입양해 새끼 펭귄을 부화시켜 키운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이 책을 통해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곳에서 주방장인 폰투스(50)씨도 입양한 아들 알반을 자매 유치원인 스피이라 유치원(Spira garden)에 보내고 있다.
로잘린 원장은 성평등을 교육철학으로 삼은 이유를 묻자, 대답 대신 칠판에 커다란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 동그라미를 인생이라고 한다면, 이 안에는 희로애락과 의식주, 다양한 색깔 등 세상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동그라미에 선을 긋고 여성의 것과 남성의 것으로 나눕니다. 당신은 자녀에게 인생의 절반만 주고 싶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부모들은 자녀에게 모든 것을 주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이 전통적인 성역할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입니다.”
로잘린 원장은 니콜라이 유치원 외에도 이 같은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평등이라는 뜻의 이갈리아 유치원(Egalia garden)과 입양아들을 위한 스피이라 유치원 등 모두 6곳을 18년간 운영해오고 있다. 대학에서 젠더(gender) 교육을 받은 교사 위주로 채용한다. 교사 임금은 매달 2만5000~4만 크로나(약 420만~670만원) 정도로 상당하다. 한국 유치원처럼 방과 후 수업은 없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이 있다고 판단되면 지원한다. 예컨대, 자폐증이 있는 아이가 있다면 곧바로 특수교사를, 말이 늦은 아이가 입소하면 언어치료사를 채용하는 식이다.
로잘린 원장은 “정부가 정한 교육지침에는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어린이가 동등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따르는 교육기관은 많지 않다”며 “우리가 특이한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들이 법을 따르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아이들에게 동등한 권리와 동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며, 이것은 매우 환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 오후 2시는 니콜라이 유치원의 낮잠 시간이다.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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