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시간표 없는 유치원…“노는 것이 학습이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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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아이미소연구소 | 작성일 | 2013-09-05 15:41: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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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없는 유치원…“노는 것이 학습이죠”
소년(han)·소녀(hum) 구별 않기 위해 신조어 ‘hen(헨)’ 사용
보육교사 남성비율 높고, 월급도 평균임금 웃돌아
▲ 지난 8월 20일 덴마크 코펜하겐 베스터보 움돔스고 운동장에서 처음 센터에 온 아이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로 미니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여성신문
“우리 유치원에는 특별한 수업이 없는데요.”
지난 8월 20일 코펜하겐에서 만난 헤스테스탈렌 유치원(Børnehaven Hestestalden)의 원장 수사네(Susanne·49)씨에게 유치원 학습 프로그램에 대해 묻자, “그런 것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코펜하겐 중심지역인 아벨(Abel)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는 일일 시간표도, 색다른 학습 프로그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식사시간만 정해져 있고 수면시간도, 놀이시간도 아이 개개인의 시간표에 맞춘다. 2~10살 연령의 원생이 총 106명이니 시간표도 106개라는 이야기다. 매일매일 정해진 시간표대로 먹고, 자고, 배우는 한국의 유치원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수사네 원장은 “노는 것이 바로 학습”이라고 했다.
“매일 오전 6시 45분에 유치원 문을 여는데, 원생의 절반은 숲 유치원에서 보내고 나머지 53명의 아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놀 수 있도록 합니다. 최근 덴마크에서도 유치원에서 학업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아요. 글이나 숫자를 배우는 것보다 놀이를 통해 삶에 대해 이해하고 스스로 깨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놀이도 학습처럼 지도하고, 놀이 방법까지 가르쳐주는 우리나라 교육환경과는 사뭇 다르다. 수사네 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이곳에서는 숲 유치원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도심에 있는 헤스테스탈렌 유치원에서 25㎞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숲 유치원에는 넓은 숲과 작은 연못이 있다. 한 달에 2주일씩 원생의 절반인 53명의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즐길 수 있도록 시간을 할애한다. 마찬가지로 정해진 틀은 없다. 아이들은 숲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나무에 오르기도 하고, 맨손으로 땅을 파기도 한다. 역시 교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 스스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선생님의 지시도, 학습교구도 없지만 아이들은 무엇이든 하고 싶은 놀이를 통해 또래와의
협동과 호기심을 키우며 스스로 깨우친다. ?여성신문
안전 문제는 여러 명의 보육교사가 함께 책임진다. 이곳에서는 아이 21명을 교사 3명이 함께 돌본다. 반면 우리나라는 4·5세 아이 20명을 교사 혼자 돌봐야 한다.
남성 보육교사(pedaggog)가 많은 점도 차이점이다. 이곳에서 3년째 일하는 보육교사 야콥(Jacob·30)씨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제게 잘 맞고, 아이들의 미소를 보는 것이 무엇보다 행복해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 남성 보육교사의 수도 그만큼 늘어난다. 카페와 갤러리가 많은 코펜하겐 베스테르브로(Vesterbro)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베스테르브로 운그돔스가르드(Ungdomsgard)는 초등학생 이상부터 고등학생까지 올 수 있는 우리나라의 청소년 수련관과 같은 곳이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는 14세 이하 아이들을 위해, 오후 6시부터는 14세 이상 아이들을 위해 기관을 열어 놓는다. 이곳에도 전체 교사 25명 중 파트타임 교사를 제외하고 정규 과정을 수료한 보육교사 8명 가운데 6명이 남성이다. 이곳 보육교사인 헨리크(Henrik·32)씨는 “덴마크에서는 영유아를 돌보는 보육교사는 비교적 여성이 많고, 신체활동이 활발해지는 초등학생 이후부터는 남성 보육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임금도 월 500만원 정도로 덴마크 평균임금(2011년 OECD 기준 연 4만3190달러)보다 높다. 베스테르브로 운그돔스가르드의 기본 방침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고,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함께 놀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밴드실, 체육관, 재봉틀실, 운동장이 마련돼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함께 상담도 이루어진다. 시설 인프라는 우리나라 청소년 수련관과 큰 차이가 없지만 아동·청소년 전용 공간이라는 점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평생교육기관의 성격이 강하다.
최근 덴마크 교육기관에서는 소년(han)과 소녀(hum)를 구별하지 않은 ‘hen(헨)’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행복한 아이로 키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덴마크의 교육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아이로 키우려고 경쟁으로 내모는 한국 교육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 진행·도움=자유기고가 안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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