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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아산 배방초 남미정 교사 ‘좋은 말’이 아이들의 미래다.
작성자 아이미소연구소 작성일 2013-06-10 15:11:20
조회수 3,487회 댓글수 0


아산 배방초 남미정 교사  ‘좋은 말’이 아이들의 미래다.


 

“나 화났어. 정??네가 똥침을 해서.”
“윤??야, 네가 태권도를 못한다고 놀려서 속상했어.”

풍선에다가 마음이 아팠거나 화가 났던 일을 적어보라고 하자 아이들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써내려갔다. 충남 아산 배방초등학교 1학년 3반 학생들이다. 고작 여덟 살. 이 어린 나이에 무슨 아픔이 있을까 싶지만 저마다 작은 상처들을 간직하고 있다.

풍선 치유 프로그램은 이 상처들을 솔직히 꺼내놓는 작업이다.

아이들은 평소 괴롭히는 짝꿍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했고, 유치원 때 상처받았던 일을 되살려 써낸 친구도 있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담임인 남미정(50) 교사가 “지금부터 내 상처가 얼마나 아팠을지 안아볼까요”라고 하자 아이들은 엄마가 아이를 안듯 풍선을 꼭 안고 생각에 잠긴다. 상처받은 과거의 자신과 만나고 그를 토닥여주는 시간이다. 그다음은 풍선을 던지고 발로 차며 뛰논다. 마지막으로 풍선을 터뜨리면 마음속 깊숙이 남았던 소소한 앙금이 사라진다.

친구가 그림을 못 그린다고 놀려 서운했다고 적은 윤효영(8)양은 “가슴속에 있는 나쁜 마음들이 없어졌다”며 “다시 친구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시연(8)양은 “친구가 주먹으로 머리를 때린 일 때문에 한동안 속상했지만 이제는 상쾌해졌다”고 말했다. 집중력이 약한 나이에 긴 수업이 지루할 법도 한데 아이들 표정엔 생기가 넘친다.

남 교사는 관념적인 인성교육 대신 놀이를 선택했다. 아이들이 각자의 경험을 소중히 생각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미덕을 깨닫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풍선 치유 역시 그중 하나다. 2008년 ‘버츄(Virtue)프로젝트’란 인성 프로그램을 알게 된 그는 이를 수업에 접목했다. 감사·근면·배려·이해 등 좋은 단어 52가지가 쓰인 버츄카드를 활용하는데, 평소 배려를 잘하는 아이가 있다면 ‘배려의 보석상’을 주는 식이다.

올해는 지난 4월 교실에서 보석상 수여식을 열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지 확인해보라는 취지다. 상을 받은 아이들에겐 저마다 역할이 생긴다. ‘사랑의 보석상을 받은 나는 친구를 더 사랑해 줘야 해.’ ‘나는 근면의 보석상을 받았으니 친구들을 더 잘 도와줘야겠어.’

남 교사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에게 어떤 미덕이 있는지 알게 해주려는 것”이라며 “좋은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살도록 해주면 자연히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만하거나 말썽을 피우던 아이들도 ‘보석’이란 한마디면 학습 태도가 달라진다. 칭찬에 약한 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주말엔 칭찬 릴레이 숙제로 가족 화목 유도

수업이 즐거워지고 아이들이 변하자 남 교사는 학부모들 사이에 ‘인기 선생님’이 됐다. 그만큼 아이들 하나하나에 수여한 보석상의 파급 효과는 컸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 엄마와 아빠에게도 보석상을 줬다.

유수빈양의 어머니 서경아(37)씨는 “수빈이가 내가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고 ‘최선의 보석상’을 줬다”며 “아이가 사람의 단점보단 장점을 먼저 보게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아이가 집에서 보석을 하도 강조하니 아이 아빠도 회사에도 일 잘하는 후배에게 ‘열정의 보석상’을 줬다”며 “온 집안에 보석의 효과가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시연양의 어머니 서진희(37)씨는 “딸이 내게 와서 ‘엄마, 친구들이 나보고 보석이래’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며 “혼자서만 좋아하는데 그치지 않고 동생의 사소한 행동을 칭찬하는 등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자신이 고안한 여러 인성 프로그램의 범위를 가족으로 넓혔다. ‘칭찬 릴레이’가 대표적이다. 주말 동안 가족 간에 칭찬 릴레이를 해보라고 숙제까지 내준다. 아빠는 엄마를, 엄마는 아이를, 아이는 아빠를 칭찬하는 식이다. 처음엔 부끄럽다며 피하던 아빠도 아들, 딸의 성화에 못 이겨 식탁에 모인다.

윤효영양의 어머니 박진영(37)씨는 “처음엔 어색하다며 피하던 효영 아빠가 어느새 아이와 칭찬 놀이에 빠져 있더라”며 “주방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가족이 모여 앉아 서로 눈을 마주치는 시간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며 “아이들이 집에서 엄마, 아빠를 이끌고 칭찬 릴레이를 진행하면 자신감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남 교사는 지도 방식도 특이하다. 수업 시간에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꼭 아이에게 “○○이는 뭘 할 때 집중해요?”라고 묻는다.

머뭇거리던 아이는 “선생님 말을 잘 들을 때”라고 답하고는 이내 조용해진다. 집중하라고 강요하기보단 스스로 그 뜻을 곱씹어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남 교사는 얼마 전부터 아산교육지원청에서 다른 교사들을 상대로 인성교육 지도 강사로 활동한다. 그는 여기서도 “좋은 말을 쓰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다”고 강조한다.

배려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배려하며 살기란 쉽지 않다. 관념적으로 아는 것과 몸이 아는 것은 그래서 다르다.

남 교사가 ‘좋은 말’의 힘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말 한마디의 힘은 크다. 동시에 무섭다.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게 말이다. 어린 시절 배운 좋은 말은 그 힘이 오래간다.

그것이 들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체득한 것이라면 효과는 더욱 크다.

남 교사는 “아이와 가족이 행복해진다니 그저 기쁠 뿐”이라며 “다른 교육 현장에서도 버츄프로젝트를 이용한 인성교육이 활발해지면 좋겠다”며 웃었다. 좋은 말을 쓰는 사람에겐 좋은 향이 난다.

[공감코리아/글·장원석 기자 / 사진·지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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