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유치원, 학교 운동장 확보 대란

가을운동회 코 앞인데 ··· '애타는 동심' 

학교, 소음 공해 등 민원 문제로 '손사래'

4대강 사업으로 둔치 사용도 녹록지 않아

[금강일보 최장준 기자] 대전지역 유치원들의 학교 운동장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지역 유치원들이 통상 9~10월 원아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운동회 등 가을철 행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와의 마찰로 장소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치원은 학교와 달리 시설 규모가 적어 대규모 행사를 치르기에는 역부족으로 인근 학교와 둔치를 활용해 행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자체 행사와 일정이 겹치거나 주민 민원을 이유로 학교 운동장 대여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유치원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행사 진행 시 마이크를 사용하고 음악 소리가 커 소음 공해가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일반 주택이 밀집된 지역이나 아파트 인근 학교에서의 반대가 심한 편이다. 학교에서는 민원 발생 시 모든 책임이 학교장에 전가되는 만큼 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치원들은 일선 학교에서 운동회 등을 치를 경우 마이크 사용 등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인데도 민원을 이유로 거절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학교 외 인근 둔치를 사용하는 것 역시 녹록지 않다. 4대강 사업으로 잔디 상태가 좋지 않거나 공사 중이어서 행사 진행이 힘든 상태인 데다 학교를 빌리지 못한 각종 기관·단체의 행사 개최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A유치원 관계자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유치원에서는 운동회를 개최키 위해 학교 운동장 빌리기에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한다”며 “일부 학교에서는 민원이 발생하지 않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엄포를 놓거나 민원 발생 시 책임을 진다는 각서까지 쓰는 일이 다반사”라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 자체 행사와 유치원 행사가 특별히 다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운동장을 대여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유아들이 맘 놓고 학부모와 뛸 수 있는 공간조차 마련되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B유치원 관계자는 “유치원과 학교사이에 유대관계가 돈독치 않으면 운동장 사용은 거의 불가능”이라며 “유치원생이 졸업하면 곧바로 인근 학교로 진학하는 만큼 학교 이미지 차원에서도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연계 교육차원에서 최대한 협조를 하고 있지만 아파트 인근의 일부 학교에서 민원에 따른 부담감으로 유치원 행사에 비협조적인 경우가 있다”며 “4대강 사업으로 둔치를 사용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