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유치원 확대 갈등, 해법은...
부산교육청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31곳 신증설 계획에 사립유치원들 전방위 로비 압박

[노컷뉴스] 강동수 기자 = 부산시교육청이 오는 2014년까지 공립유치원 31곳을 신증설하기로 한 것을 두고 사립유치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시의원까지 공립유치원 신설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는데, 시교육청은 유아교육 소외 아동을 위한 최소한의 계획이라며 강행할 방침이어서 첨예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임혜경 부산시교육감은 지난주 취임 1주년을 기념한 기자회견에서 오는 2014년까지 공립유치원 24개를 신설하고 7곳을 증설한다는 당초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는 사립유치원들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공립유치원 교육 확대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인데, 바로 다음날 열린 부산시의회 정례회에서는 이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이어졌다.

부산시의회 황상주 교육의원은 30일 열린 시의회 211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 5분자유발언자로 나서 "부산지역 유치원들이 정원의 70%도 못채우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수 감소로 비는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활용해 병설 유치원을 설립한다는 것은 국가재원의 중복투자이므로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과 사립유치원연합회 측은 해마다 2만여 명의 학령인구가 줄고있고, 현 유아교육시설의 30%가 비어있는 현실에서 공립유치원 신증설은 정부재원의 중복투자이자 예산낭비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또 유치원비가 사립의 1/10에 불과한 공립유치원이 대거 들어설 경우, 그동안 유아 교육을 책임져온 사립유치원 대부분이 고사하고, 일부 거대 공룡화된 사립유치원만 남아 소비자 피해를 더욱 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의 입장은 단호하다.

내년까지 남구 용산초등학교와 사상구 모동초등학교 등 7개 학교에 병설유치원을 신설하는 등 모두 10개 공립 유치원을 신설하고, 나머지 21개 유치원도 2~3년 후의 학생유발요인을 재검토하되 공립유치원 신증설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청은 초중고교 학생수가 감소하는 것과는 달리, 3세에서 5세 사이 유아는 지난 2010년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특히 2007년 황금돼지해의 출산붐으로 향후 2~3간 유치원 수요 급증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부산지역 유아의 최소 6% 이상이 경제적 사정이나 시설 부족 등의 이유로 제도권 유아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사립이든 공립이든 유치원 교육을 전혀 받지 않는 부산지역 유아가 12%에 이르고, 이중 절반 이상은 경제적 이유나 시설 부족 등의 인프라 문제로 유아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면서 "최소한 이들을 위한 공교육 인프라는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의 공립유치원 신증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오히려 "사립유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공립유치원에 통학버스를 운영하지 못해 시민 불편과 원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립유치원들이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생존 문제를 호소하는 사립유치원 측과 유아교육에 대한 공교육 지원이 시급한 교육청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유아교육 당사자는 물론, 학부모와 시민단체 등 지역사회가 한데 모여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