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국립유치원 입학? "로또"나 다름없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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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admin | 작성일 | 2008-12-04 00:00:00 |
조회수 | 2,655회 | 댓글수 | 0 |
불황에 감원… 가계부 휘청
교육비 부담적고 시설우수
추첨위해 회사조퇴까지…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뽑혀야 할텐데….”
국립유치원 추첨날, 11일을 기다리는 주부 박모(35) 씨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는 국립유치원 ‘재수생’ 학부모. 지난해 떨어진 뒤 울며 겨자 먹기로 인근 사립유치원에 보냈지만 월 50만원을 호가하는 유치원비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박씨는 “경기도 안 좋고, 남편 월급도 준다는 말까지 나오니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추첨에 뽑혀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로또가 따로 없다. 매년 국립유치원 추첨 현장은 눈물과 환호성이 교차한다. 자녀에게 질 좋은 교육을 주고픈 마음이야 모든 부모가 똑같은 심정. 하지만 어지간한 사립유치원에 보내려면 수십만원은 기본, 간식비 등까지 더하면 유치원비로 가계부가 휘청거릴 지경이다. 때문에 국립유치원 입학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몰리는 경쟁자를 뚫고 추첨공을 뽑아야만 하는 학부모의 애타는 마음. 경제난까지 불어닥친 12월, 추첨일을 기다리는 학부모의 초조함은 극에 달하고 있다.
서울시내 국립유치원 132개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2009년도 신입원아 접수에 들어갔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신천초교 병설유치원의 경우 모집 첫날에만 50여 명의 학부모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유치원 관계자는 “90명을 뽑는데 첫날에만 47명이 모였고 2일까지 73명이 접수했다”며 “원래 경쟁이 치열했지만 보통 마지막날에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첫날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몰릴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경제가 어려워서인지 지난해에 비해 문의나 접수가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국립유치원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저렴한 교육비 때문이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에 따르면 서울 내 국립유치원의 단일반 가격은 월 3만3000원. 오후 8시까지 유치원에 머물 수 있는 종일반은 급식과 간식비 포함 8만8200원에 불과하다. 종일반을 신청하려면 적게는 30만~40만원, 많게는 70만~80만원이 들어가는 사립유치원과 비교할 수 없는 가격이다. 게다가 국립유치원 교사는 국가임용고시를 통해 선발된 인원으로 교육의 질도 우수한 편. 정혜선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매년 경쟁이 치열해 추첨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유명 사립유치원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부모가 몰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매년 유치원 추첨날은 떨어진 학부모의 한숨으로 채워진다. 정 회장은 “떨어진 뒤 우는 학부모도 속출한다”며 “우는 부모를 보고 아이도 울음을 터뜨리는 등 추첨날마다 안쓰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털어놨다. 올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야 하는 정모(30ㆍ전문직) 씨도 “추첨날에는 회사를 조퇴하는 부모도 많다”며 “날짜가 다가올수록 초조함도 더해간다”고 털어놨다.
국립유치원에 쏠리는 관심은 커져만 가지만 정작 국립유치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 내 사립유치원과 국립유치원 비율은 8대2 수준. 정 회장은 “서울 내 유치원 중 22%만이 국립유치원”이라며 “사회기반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국립유치원의 비율을 계속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기만 한 국립유치원 입학문을 넘어야 하는 학부모, 11일 서울 곳곳은 학부모의 한숨과 환호성으로 찰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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