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어느 기간제 교사 "차별에 심장이 터질 듯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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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admin | 작성일 | 2008-12-01 00:00:00 |
조회수 | 3,198회 | 댓글수 | 0 |
부산정보과학고 김아무개씨, "2005년부터 원로교사 수업 대신하고..."
"심장이 터질듯 마음이 아픕니다. 신분상 약자라는 이유로 하루 11시간 일할 때도 있었습니다. 다른 원로교사의 수업이며 성적처리까지 대리로 해야만 했습니다. 저는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입니다."
최근 <오마이뉴스>에 들어온 제보 내용이다. 부산 남구 소재 부산정보과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아무개(34·사회)씨는 기간제라는 이유로 갖가지 차별과 인권침해,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는 2005년 3월부터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2008년 2월까지 근무했다. 이어 올해 3월 채용된 정교사가 출산휴가에 이어 병가-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김 교사는 다시 학교와 몇차례 단기계약을 맺었다.
김 교사는 기간제로 근무하는 동안 초과근무와 원로 교사가 해야 할 수업지도와 성적처리를 대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올해 1~2월 사이 실시된 정교사 채용시험에 50여 명이 몰렸는데, 3년간 기간제로 있었던 김 교사는 떨어지고 재단 이사의 조카가 채용되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체 교사 64명 중 기간제는 무려 17명
부산정보과학고는 사학재단 배정학원에 소속돼 있다. 배정학원은 인근에 배정고교와 배정중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남 의령에도 중학교를 두고 있다. 부산정보과학고는 한 학년에 10학급씩이며, 현재 교장까지 포함해 64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는 17명이다. 대개 학교는 기간제 교사 비율이 10% 안팎인데 이 학교는 기간제 교사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에 대해 김광렬 교장은 "한때 배정중고교와 함께 다른 곳으로 옮겨 2개 학교로 줄일 계획이었고, 그렇게 되면 정교사 숫자를 조절할 수밖에 없기에 기간제를 두었다"면서 "학교 이전 계획이 지난해 4월 취소되었는데 내년부터 학년당 2개 학급을 줄여야 하는 사정이 생겨 정교사를 더 채용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교사는 2005년 3월부터 이 학교에서 기간제로 근무해 왔다. 그는 학교와 1년마다 계약을 갱신했으며, 지난 2월 29일 세번째 계약이 만료됐다. 그런데 임용시험을 거쳐 올해 3월 채용되었던 정교사인 유아무개 교사가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바람에 김 교사는 3월 10일부터 90일간(6월 7일까지) 다시 근무계약을 맺었다. 또 출산휴가를 마친 정교사가 다시 병가를 내 김 교사는 여름방학 전까지인 7월 19일까지 근무계약을 맺었다.
학교 측은 여름방학 동안에는 정교사가 와서 성적처리 등의 업무를 보기에 김 교사와 방학 중 근무계약은 맺지 않았다. 여름방학을 마친 뒤 정교사는 다시 육아휴직에 들어갔고, 김 교사는 학교 측과 8월 25일부터 2009년 1월 6일까지 근무계약을 맺었다.
그러다가 지난 9월 부당해고 시비가 일어났다. 그동안 여러 차례 초과근무수당과 대리 수업 등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해결되지 않자 김 교사가 9월 1일 교장한테 서류를 통해 손해배상과 위자료, 사과 등을 요구한 직후였다.
학교 측은 9월 6일 김 교사한테 그만두라고 통지했다. 이유는 육아휴직에 들어갔던 유아무개 교사가 복직을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청이 "육아휴직에 들어간 교사는 정해진 기간을 마쳐야 하고, 중간에는 복직이 안 된다"고 밝히면서 김 교사는 1월 6일까지 근무할 수 있게 됐다.
김 교사는 "학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과 사과 등을 요구하니까 곧바로 해고를 통지했는데, 해고를 문서로 해달라고 하니 해주지 않았다"면서 "학교 측에서 해고 이유로 댄 유아무개 교사의 복직 희망은 사실이 아니고, 서류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니 해고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렬 교장은 "김 교사가 요구한 손해배상과 사과 때문이 아니라 실제 그 당시에 육아휴직 상태였던 유아무개 교사가 복직을 희망했다"고 해명했다.
출산 임박 재단 이사의 조카, 정교사로 채용
이 학교 사회과목 정교사 채용 과정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1~2월 사이 실시된 사회과목 채용시험에는 3년간 기간제로 있었던 김 교사를 포함해 50여 명이 응시했다. 필기-면접 과정을 거쳐 유아무개 교사가 정교사로 채용되었는데, 그는 곧바로 출산-병가-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유 교사가 곧바로 휴직에 들어가자 학교 안에서도 논란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 교사는 이 학교 재단과 관련이 있다. 그는 배정학원의 이사(개방형)이자 재단 소속 다른 학교 교장의 조카다.
교사임용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김광렬 교장은 "채용 시험 당시 임신한 사실은 알았고, 임용은 재단에서 했으며, 시험 성적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 교사의 삼촌이 이사이기는 하지만 개방형이기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필기와 면접 과정을 거쳐 선발했다"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가 원로교사의 수업, 성적 관리 대신하기도
이밖에 기간제 김 교사는 2005년 3월부터 올해 8월 24일까지 총 7학기 동안 원로교사였던 A교사의 수업지도를 대신하거나 성적 관리를 대신해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A교사는 정년을 1년 6개월 남겨 두고 지난 8월 말로 명예퇴직했다.
A교사의 수업은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 측에 항의하는 일도 빚어졌다. 김 교사는 자신의 수업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 A교사가 담당했던 학급의 교실에 들어가 수업 지도를 했다.
김 교사는 "학교 측으로부터 대신해서 성적 처리를 해 달라거나 수업을 대리로 들어갈 것을 요구받았다"면서 "이후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학교 측은 개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렬 교장은 처음에는 "A교사는 자기 일은 했으며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며 부인하다가 재차 묻자 일부 시인했다. 그는 "한번은 학생들이 A교사가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진정서를 들고 왔더라"면서 "그래서 A교사를 불러 열심히 하라고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교사의 주장처럼 학교 측에서 김 교사한테 A교사의 수업과 성적 처리를 대신하도록 한 적은 없다"면서 "김 교사가 대신했다면 나이 많은 교사에 대한 배려 차원으로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과근무 수당은 받아본 적 없어요
김 교사는 초과근무를 했기에 거기에 합당한 배상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기간계 교사의 계약서를 보면 정교사에 준하여 하루 8시간 근무한다고 명시되어 있었다"면서 "하지만 신분상 절대 약자인 힘없는 기간제 교사이기에 초과해서 근무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담당했던 과목은 사회였고, 별도로 학교 청소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대개 아침 7시 전후에 출근했고, 올해 들어서는 8시 20분경까지 출근했다고 말했다. 퇴근시간은 2년 동안은 오후 6시경, 그 뒤부터는 4시30분 전후였다. 근무시간은 하루 11시간부터 9시간30분 사이였다.
그는 "초과근무수당을 받아야 하지만, 수당 지급과 절차에 대해 아무런 공지가 없었다"면서 "기간제 교사인데 과목 이외의 업무가 많이 부여되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사는 계약 기간이 아닌 올해 여름방학 동안 학교에 나와 정교사인 유아무개 교사가 해야 할 교육청 보고 업무를 대신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김 교사는 여름방학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업무을 보았기 때문에 학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광렬 교장은 "김 교사가 특별히 근무시간이 많다고 보지 않으며, 기간제 교사도 정교사와 같은 업무를 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졸업생들이 올해 10월 시교육청에 진정서 제출
부산정보과학고 졸업생 160여 명과 학부모 40여 명은 지난 10월 "A교사는 수업을 제대로 한 적이 없고, 사적인 이야기만 하였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부산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진정서에 보면 A교사와 같은 과목을 담당했던 기간제 김아무개 교사는 성실하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재학 당시부터 A교사에 대해 개선할 것을 건의했지만 학교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졸업 이후 후배들의 수업권을 요구하며 진정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무개 교사는 "학교 측은 진정서를 졸업생들의 이전 담임교사들에게 배포하면서, 그 배후에 제가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광렬 교장은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잘못 알고 있었으며, 자초지종을 물어보고 나서 졸업생들에게 해명하려고 담임했던 교사들을 통해 연락했지만, 학교에 나오지 않아 오해를 풀어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인권위에 진정서... "기간제 교사가 이런 줄 알았다면..."
김 교사는 기간제 교사의 차별을 해소해 달라고 학교 측과 부산시교육청에도 요구했다. 이 학교에는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위원회에서는 김 교사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회의결과 "학교와 직접 관련이 없다"거나 "A교사와 개인적인 문제", "심의 대상이 아니다", "강요한 적은 없는 것으로 본다"고 통지했다.
김 교사가 손해배상과 위자료, 사과 등을 요구한 것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10월 "교육청의 기능적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거나 "기관장의 근무허가 결재를 얻을 경우 초과근무만 인정된다"고 답변했다.
최근 김 교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국가인권위는 김 교사의 진정 내용에 대해 조사 중이다. 국가인권위가 기간제 교사의 차별에 대해 어떤 판가름을 내릴지 궁금하다.
김 교사는 "기간제 교사가 이런 것인 줄 알았다면 저는 교직의 길로 제 인생 설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허울 좋은 학교에서 마음 속으로 매일 눈물 흘리는 기간제 교사의 마음과 상황을 보듬어 안아달라"고 호소했다.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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