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조고은 기자] 부모가 가장 기쁠 때가 언제일까. 아마도 자식의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자녀들을 보육원이나 유치원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소식이 끊이지 않고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서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는 단체급식의 위생상태가 상당수 불량할 뿐 아니라 열량조차 하루 권장량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그나마 학교의 경우 영양사라도 있지만 정작 더욱 식사에 민감하고 영양에 신경을 써야 하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영양사를 찾아보기란 힘들다.
물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100인 이상일 때에는 영양사를 배치해야 하고 그 미만일 때에도 보육정보센터 등의 식단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영양관리는 그야말로 교사 재량에 불과할 정도이며 위생 관리조차 잘 관리되고 있지 않아 영유아 단체급식의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영유아, 점심 제대로 못 먹으면 영양부족에 비만?
영유아는 적게 먹지만 꼭 필요한 영양소와 열량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이 점심을 먹게 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단체급식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통합민주당 장복심 의원은 보건복지부의 ‘어린이 단체급식 품질개선 연구’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경기 지역과 대구·경북 지역의 보육시설 및 유치원 100곳을 대상으로 위생상태를 점검한 결 100점 만점을 기준 80점 이상의 ‘양호’ 평가를 받은 곳은 18%, ‘보통’(60~79점)은 34%로 평균위생관리 점수 60.9점으로 겨우 불량 수준을 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열량은 하루 필요량의 20%, 칼슘은 15∼16%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점심식단에 함유된 칼슘은 만1~2세에서 15%, 만3~5세에서 16.7%로 낮았고 나트륨의 경우 충분섭취량과 비교해 만 1∼2세에게는 54.2%, 만 3∼5세에게는 57.1%나 되는 양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성장기 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것.
이에 따라 전문의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소아과학회 서정완 전문위원 은 “영·유아 시기의 부실한 급식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고 계속 이 영양상태를 유지한다면 심각한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영·유아가 단체 급식으로 점심을 먹게 된다면 하루에 필요한 1500kcal 중 약40~50%(간식 포함)는 먹어야 한다”며 “특히나 단순히 급식 식단을 살펴보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각 영양소의 권장기준치를 어느 정도 만족시키고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칼슘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기능 외에도 신경전달, 세포분비, 혈액 응고 등의 조절 도 담당한다. 특히 성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어 부족하게 되면 영·유아에게 칼슘부족의 결과를 초래해 성장발육에 해를 미칠 수 있다.
더불어 나트륨(소금)이 많은 식단은 고혈압 및 합병을 가져 올 수 있으며 폭식이나 과식을 유발하기도 하고 짠맛에 길들여져 성장해서도 나쁜 식습관을 가질 수 있어 거의 간을 안 한 듯 싱겁게 조리해야 한다.
그런데 가정에서 받아보는 대부분의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식단에는 음식 종류만 있을 뿐 영양소 표기까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여기에 점심 칼로리가 부족했다면 배고픈 아이는 저녁을 많이 먹거나 군것질을 하면서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분당차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수진 교수는 “저녁식사의 열량의 많을수록 소아 비만의 원인이 되며 많은 음식의 섭취 후 잠자리에 금방 드는 것은 정상적인 장 운동에도 영향을 줘 잦은 배앓이나 구토 설사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당부한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그리고 칼로리도 중요하지만 급식에 신선한 야채가 적절히 들어있는지 칼슘 보충을 위한 우유는 잘 나오는지, 음식이 싱겁게 간이 되어 있는지 등 점심과 간식을 함께 관찰해야 한다며 만약 급식이 부실하다면 도시락이 가장 좋은 대안일 수 있고 힘들다면 도시락과 학교 급식을 번갈아서 먹이는 것도 좋다고 조언한다.
◇ 영유아 급식의 영양관리, 관리도 거의 없어
현재 유치원 단체급식은 교육부 유아교육지원과(유아교육법), 어린이집 급식은 여성가족부 보육지원팀(영유아보육법)이 관리하고 있다.
초등학교 이상은 영양사 배치가 되어 있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사실상 어렵다. 법에서도 100인 이상을 기준으로 영양사 배치를 하고 있다.
유치원의 경우는 지난 24일까지 100인 이상 유치원에 한해 영양사나 조리사를 배치하도록 유예기간을 뒀으며, 어린이집은 이미 100인 이상인 곳은 영양사 배치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1인의 영양사가 근처 100인 이상 어린이집을 최대 5군데까지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전국에 각각 8000여개, 3만여개로 그 수가 적지 않지만 그만큼 영세하고 아이들이 적은 곳이 대부분이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단체급식 관리 틀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데다 단속도 힘들다.
교육부 관계자는 “급식시설 위생 상태는 식품위생법에 의거해 과태료 부과 등이 있지만 영양기준의 경우는 지침서나 보육정보센터 등에 제공된 식단을 참고할 수 있지만 식단의 영양이 불량하다고 해도 따로 처벌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어린이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식단은 보육정보센터, 지역보건소에 영양사가 올려놓은 식단대로 하게끔 되어 있고 단속 시 이를 위반했을 때에는 시정조치 등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1년에 1회 이상 정도로만 단속을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관계자들도 현재 위생 등의 단속은 교육청, 식품의약품안전청(식품위생법) 등이 관여하에 관할 시군구청의 보건위생과 등이 펼치고 있음에도 시간이나 인력문제 등으로 전면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이에 학교급식네트워크 관계자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급식은 식중독사고 등으로 신고되지 않는 이상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실정”이라며 “정기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규정 자체가 없어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보육조례를 만들어 급식의 안전과 전반적인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양질의 발전을 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