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신생아가 늘었다는데 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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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admin2 | 작성일 | 2007-12-03 00:00:00 |
조회수 | 2,767회 | 댓글수 | 0 |
아이 키우는 재미가 행복…슈퍼 오디너리층 등장 양육비 걱정서 자유로워…신중산층이 많아졌다 "올해 아기 낳는 사람이 작년의 2배가 넘는대요. 토요일에 산부인과 가면 2시간 기다리는 것은 기본이에요." 만삭의 몸을 이끌고 강남 차병원을 찾은 강연주 씨(36ㆍ회사원)는 "쌍춘년에 결혼해서 황금돼지해 아이를 낳는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 2003년 첫째를 낳을 때에 비하면 병원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는 게 강씨의 경험담. 의사나 간호사들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 임신한 여성이 유난히 많고 태어나는 아기도 많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증가세로 돌아선 신생아 수는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태어난 신생아는 36만549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8000여 명 늘었다. 3분기까지의 출산 증가세가 4분기에도 지속되면 2007년 전체 신생아 수는 지난해보다 3만5000명 늘어난 48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성 한 명이 낳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도 2005년 1.08로 바닥을 친 뒤 지난해 1.13, 올해는 1.2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내 30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다며 호들갑을 떤 게 엊그제인데 불과 2년 만에 다시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 ◆트렌드 1 왜 갑자기 출산율이 높아졌을까?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중장기적인 트렌드 전환일까? 전문가들은 △지난해 쌍춘년과 올해 황금돼지해 속설 때문에 결혼과 출산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데다 △일등주의를 추구하기보다는 `평범한 행복`에 가치를 두는 슈퍼 오디너리(Super Ordinary) 계층의 등장 △교육비 부담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미국형 신중산층의 등장 △정부의 출산장려정책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쌍춘년과 황금돼지해는 일시적인 요인이지만 나머지 요인들은 중장기적으로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어서 우리나라 출산율이 2005년을 저점으로 턴어라운드했다는 희망 섞인 분석도 나온다. 대형 회계법인에 다니는 부부 회계사 김영호ㆍ최경은 부부(가명)는 지난달 셋째를 출산했다. 아이 웃음소리가 넘치는 행복한 가정을 갖고 싶다는 것이 셋째 출산의 유일한 이유다. 최경은 씨(38)는 "남편이나 저나 아이들을 좋아하는 데다 형제들이 많아야 아이들도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셋째를 낳았다"면서 "위로 둘이 아들이어서 셋째는 딸이었으면 했는데 또 아들"이라며 웃었다. 교사 우유선 씨(40)는 지난해 둘째 아들을 출산하고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첫째와 둘째의 나이 터울은 14세. 대기업 부장인 남편과 결혼하자마자 첫째를 낳았는데 젊었을 때는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첫째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자 뭔가 허전했다. 마흔을 넘기기 전에 둘째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임신에 성공, 지난해 둘째 아이를 출산한 것. 이제야 아이 키우는 재미를 알 것 같다는 우씨는 요즘 아들 돌잔치 준비 때문에 분주한 가운데서도 너무 행복하다고 연방 웃음을 지었다. 물질적 풍요와 출세지향, 일등주의 대신 `평범함 속의 행복`을 추구하는 슈퍼 오디너리 계층이 국내 출산 트렌드를 바꿔놓고 있다. 슈퍼 오디너리 계층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처럼 부유하면서도 평범한 삶을 추구하는 욘족(yawns:Young And Wealthy but Normal)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그룹으로 평범한 행복이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둘째를 임신 중인 김수정 씨(34ㆍ회사원)도 "양육비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가 평범함 속에서 행복을 찾길 바란다"며 "형제가 있는 환경에서 자라는 것이 평범함의 가장 기초 조건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트렌드 2 6세, 5세 연년생 형제를 두고 있는 이민선 씨(34ㆍ전업주부)는 현재 임신 5개월. 이씨는 "치과의사인 남편이 아이를 많이 원해서 셋째를 갖기로 결심했다"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만큼 넷째도 생각하고 있다. 요즘 주변에 3~4명씩 낳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회사원 이진아 씨(37ㆍ서울 용산구 이촌동)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친구 엄마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다. 9명의 참석자 중 세 자녀 이상인 엄마가 2명이나 됐고 둘을 가진 가정은 4명으로 오히려 외동아이를 가진 가정이 소수파였기 때문. 세 자녀를 가진 이들은 모두 남편이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기업체 CEO 등으로 사교육비 부담 등 경제적인 여건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를 낳은 사례였다. 집안살림도 파출부나 육아도우미의 손을 빌리기 때문에 아이 셋을 키우는 것이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생 두 아이 밑으로 초등학교 1학년 셋째를 키우고 있는 안영선 씨(가명ㆍ49)는 "남편이 회계사로 먹고 살 만한 편이어서 늦둥이가 생겼을 때 건강 걱정은 했어도 돈 걱정은 솔직히 안했다"면서 "미국도 백인 중산층일수록 4~5명씩 아이들을 갖는 가정이 많지 않으냐"고 말했다. 늘어나는 사교육비 등 양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고 이 때문에 다자녀를 기피하는 신혼부부들이 적지 않은 것이 우리 사회 현실이지만 주식 활황, 아파트값 폭등 등으로 이 정도 부담은 거뜬히 감당할 수 있는 신중산층이 등장하면서 출산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이진아 씨는 "앞으로는 정말 미국처럼 자녀 수가 부의 척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이 하나로 만족하고 살았는데 고민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출산에 대한 가치관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저출산의 부정적 효과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정부의 노력도 가시화되면서 출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것. 자녀 셋을 둔 주부 장헌영 씨(42)는 "몇 년 전만 해도 아이 셋을 데리고 지하철을 타면 `무식하게 아이를 셋이나 낳았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부러운 눈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면서 "스스로도 애국한다는 자부심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재연 숙명여대 교수는 "한 가정에서 출산을 결심하는 데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출산율 증가의 원인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정부의 노력이나 국가 차원의 위기의식 공감이 출산율 증가의 한 원인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섣불리 출산율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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