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新육아전쟁, 내 아이 어디 맡길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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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admin | 작성일 | 2007-08-08 00:00:00 |
조회수 | 2,805회 | 댓글수 | 0 |
“나 아이 가졌어.” “어머 축하해. 근데 애는 어디에 맡길 건데?” 맞벌이 직장 여성 A씨. 은근히 축하인사를 바라고 동료에게 임신 사실을 전했다가 곧바로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되겠지”라며 덜컥 임신은 했지만 아이 양육문제가 현실의 짐으로 돌아왔다. A씨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맞벌이 여성 대부분이 직면한 공통의 고민거리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선택은 세 가지 중 하나. 친정이나 시댁에 맡기거나 육아 도우미의 손을 빌리는 것이다. 셋 중 하나만 찍으면 되지만 택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남편은 짐짓 “요즘은 애프터서비스도 해준다던데…”라며 은근히 ‘처갓집 덕’을 보자고 한다. “아니 왜 딸 가진 게 죄야. 왜 친정 부모만 애프터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어떤 선택이든 드는 비용은 비슷하다. 친정이나 시댁에 맡겨도 보통 한 달에 60만~100만원을 드리는 것은 보통. 기저귀나 이유식 등 부수적으로 드는 20만~30만원의 비용은 따로 챙겨야 한다. 육아 도우미의 경우 조선족이냐, 한국인이냐에 따라 대우가 달라진다. 입주 조선족 도우미는 월 120만~130만원이지만 구하기 힘든 입주 한국인은 140만~170만원을 생각해야 한다. 비용이 거의 같다면 아이와의 거리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육아 환경과 심리적인 부담까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수순. 일과 아이 중 양자 택일을 해야 하는 현실도 괴롭지만 아이의 맡길 곳을 찾느라 임신 전부터 엄마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친정은 ‘폭풍 전야’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친정이다. 일단 마음은 편하다. 회식이 있어 퇴근이 늦는 날에도 ‘엄마니까’ 이해해준다. 그러나 편한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가는 말만큼 오는 말도 쉬워 서로에게 상처가 된다.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하주연(29) 씨는 18개월 된 아들을 친정 어머니가 봐주고 있지만 최근 입주 도우미를 들일까 고민 중이다. 하씨는 “가끔 이것저것 불평하시는 것이야 기꺼이 이해하지만 화가 나서 가끔 ‘니 애 당장 데려가라’고 고함을 칠 땐 아이 보기도 그렇고, 정말 참기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내 방식대로의 육아’로 갈등을 빚기도 한다. 3세 난 딸을 30분 거리에 있는 친정에 맡기는 회사원 김진희(33) 씨는 “아토피가 있어서 가려 먹어야 하는데 뭐든 잘 먹어야 한다며 인스턴트 식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일 때마다 속이 상해 잔소리를 하게 된다”며 “완전히 신뢰하고 육아를 전적으로 맞기면 좋겠지만 막상 보면 마음대로 안 된다”고 말한다. 반면 연로한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는 것이 죄송해서 망설여지기도 한다. 초등학교 교사 최승미(32) 씨는 용돈을 챙겨 드리긴 하지만 마음의 짐이 크다. 최씨는 “결혼 전부터 시어머니가 ‘난 아이는 못 봐준다’고 못을 박으셨다”며 “하지만 시어머니보다 연세가 많고 몸도 안 좋은 친정 어머니께 아이를 맡기려니 ‘딸 가진 것이 죄인’이라는 옛말이 생각나 문득문득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시댁은 ‘고요 속 폭풍’ 시댁에 맡기는 경우엔 다른 차원의 마음고생을 겪어야 한다. 친정이라면 시원하게 말이라도 하고 보지만 시어머니에겐 아예 말을 못 꺼낸다. 답답한 마음에 남편에게 불평을 털어놓다가 부부관계까지 흔들리기도 한다.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는 임소현(32) 씨는 아예 시어머니가 당분간 서울로 올라오셔서 함께 지낸다. 아이 때문에 엉겁결에 예상치 못한 시집살이를 하게 된 것. 그러니 눈치 볼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씨는 “시어머니는 아이만 봐주시니 집안일이나 식사는 다 챙겨야 하는데 아무래도 반찬에 신경을 쓰게 된다”며 “출근이 빠른 남편이 아침을 안 먹고 나가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기고 이것저것 살림에 참견을 한다”고 불평한다. 직장에서 돌아와 쉬고 싶지만 집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올 12월 출산 예정인 송혜림(29) 씨는 “형님의 경우 시어머니께 아이 맡기다 싸움이 나서 결국 지금은 얼굴도 안 볼 정도”라며 “어차피 비슷한 돈을 시어머니께 드리니 차라리 육아 도우미에게 아이 맡기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근처 시댁으로 아이를 보러 가는 회사원 김혜진(31) 씨는 주말마다 시댁의 집안일까지 도맡는다. 주중에 떨어져 있어 오랜만에 본 아이와 놀아줄 시간도 모자란데 시댁에서 빨래, 청소까지 하려니 힘이 배로 든다. 시댁에서 며느리가 일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어머니도 야속하지만 고충을 얘기해도 “별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예민하냐” “어머니가 애 봐주시는데 그 정도도 이해 못하냐”고 퉁명스럽게 쏘는 남편 때문에 김씨의 속이 더 타들어간다. 주말마다 시댁이나 친정이 있는 지방을 직접 가는 ‘원정 육아’도 늘었다. 육아에 대한 부담은 덜지만 길게는 3~4년을 그렇게 지내다 보니까 주말이 더 피곤하고 아이와 부모 사이에 유대감이 없어지기도 한다.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백주현(30) 씨는 “백일 지나고 바로 아이를 맡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할머니에게 떨어지면 불안해하고, 오히려 엄마 아빠를 굉장히 낯설어한다”며 “주말마다 왕복 5~6시간을 오가다 보니 주말도 주말 같지 않다”고 말했다. ▶육아 도우미는 ‘불만 속에 싹트는 불신’ 시댁이나 친정에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은 맞벌이 부부에게 마지막 남은 선택은 육아 도우미. 육아 도우미의 손을 빌리면 아이 돌봐주는 것은 물론 살림까지 한꺼번에 맡길 수 있어 편하다. 하지만 믿고 맡기기가 쉽지 않고, 아이들의 교육이나 가치관 문제도 걸려 있어 고르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이지민(32) 씨는 최근 3일간 10명을 면접봤다. 벌써 네 번째 바꾸는 입주 도우미 때문이다. 그러나 매번 마음에 차지 않아 더 문제다. 처음 조선족 도우미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고, 두 번째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았다. 세 번째 도우미는 일은 깔끔하게 했지만 아이에게 뭐든 야단만 쳤다. 이씨는 “12개월 사이에 도우미가 3번이나 바뀌었다”며 “나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데 아이는 오죽하겠냐”고 하소연했다. 육아 도우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형태와 종류는 다양해졌다. 형태에 따라 입주와 출퇴근 도우미로 나뉘고 국적에 따라 조선족, 필리핀 도우미와 한국인으로 갈라진다. 한국인 도우미는 흔치 않아 구하기 힘든 데다 조선족 도우미보다 40만~50만원가량 비싸다. 조선족 도우미는 생활방식이 달라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기거나 갈등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엔 조기 영어교육을 위해 필리핀이나 싱가포르 도우미도 들이지만 아이의 한국어 구사능력이 불안하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신지애(31) 씨는 최근 아들의 말에 깜짝 놀랐다. ‘오늘 뭐했냐’는 신씨의 질문에 4세 난 아들이 “고저, 동무들하고 놀았슴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시골집에 아이를 맡기면 사투리를 따라한다더니 한창 말 배울 나이에 조선족 도우미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 말도 따라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아이, 마음 놓고 낳으십시오. 노무현이 키워 드리겠습니다’는 공약이 나온 지도 벌써 5년이 다 돼 간다. 그러나 육아와 관련된 엄마들의 고민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대체 아이를 어디에 맡기고 마음 놓고 출근하며, 앞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교육비는 또 어떻게 감당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집안일에 대한 부담과 함께 있지 못하는 아이문제를 고민하다 보니 그 스트레스는 직장에서 받는 것 못지않다. 결국 그 고민의 끝은 여성의 휴직이나 퇴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당장 아이와 직장 중 선택을 강요받는 이들 앞에 던져진 가장 낮은 출산율이라는 수치는 아무래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한 아이도 맡기기 어려운 마당에 둘째까지 생각할 여력은 더 없다. 직장 엄마들은 한결같이 “‘낳아라’부터 강요하지 말고 ‘낳을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지도록 국가나 기업이 나서서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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