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이 말하는 ‘요즘 6학년’ | ||
---|---|---|---|
작성자 | iadmin | 작성일 | 2007-07-21 00:00:00 |
조회수 | 3,064회 | 댓글수 | 0 |
거칠고 욕하거나 ‘머~엉’ 하거나 지난 5월, 서울 시내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4000여 명이 각 지역 교육청별로 모여 토론 시간을 가졌다. 교단에서 생활 지도를 하면서 겪는 고충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는데, 이날 교사들이 나눈 사례와 논의 내용은 조만간 자료집으로 나와 학생 지도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쯤 해서 고개를 드는 궁금증 하나. 도대체 초등 6학년이 어떻기에 이처럼 대규모 교사 모임이 열린 것일까 하는 점이다. 이를 풀기 위해 모둠별 토의를 진행한 경동초등학교 김경숙 교사에게 요즘 6학년 교실 이야기를 들었다. 교사들이 어려움을 느꼈다면 그것은 우리 아이의 문제고, 부모들이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기 때문이다. 주요 문제점으로 제지된 내용은 지나치게 거친 욕설과 공격적인 언어, 과도한 공부 스트레스로 인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행동, 부정적인 또래 집단, 특히 여학생들에게서 더 흔한 ‘집단 행동’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른 학생에 대한 모함 등이다. 여기에 흡연 충동과 인터넷 게임에 중독되어 감정 조절하지 못하고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교사들이 토로하는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는 충격적이었다. 이를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교사 안티 카페’ 출현 요즘 아이들이 거칠다는 얘기는 꽤 오래 전부터 흘러나온 얘기다. 일본 만화와 영화를 본 떠 ‘데스 노트(death note)’를 만들어, 그 속에 친구나 선생님, 부모를 욕하고 이것을 서로 바꿔 본다. 요즘은 인터넷에 교사 ‘안티 카페’를 열어 공개적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형태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을 통한 욕설은 심각한 수준이고, 아이들끼리 나누는 대화에서도 은어와 욕은 다반사다. 교과 수업이 유난히 많은 6학년. 교과 담당 교사는 담임 교사와 달라 수업 위주로 시간을 이어간다. 수업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교과 담당 교사에게 꾸지람을 들은 A군. 교사에게 마구 대든다. 결국 A는 교장실로 불려갔는데, 그곳에서도 정신을 잃은 듯 분노하며 교사를 향해 거친 욕설을 퍼붓는다. 교사의 지시에 반항하거나 욕하는 행동은 6학년 아이들에게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문제점. 교사가 “청소하자, 욕하지 말자, 공부하자”고 하면 말 없이 사라지는 것은 보통이고, “욕하면 왜 안 되는데요. 공부하기 싫어요”라고 대꾸한다. 그리고 교사에게 반항하는 아이는 학급에서 ‘스타’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길거리에서 할아버지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면 서슴없이 “지가 뭔데~”라고 내뱉는 아이들. 그리고 학교 밖에서 만난 교사에게 “학교 안에서나 선생이지 밖에서도 선생이냐. 웃기고 있네”라는 공격적인 태도도 드물지 않다. 일부 극소수 아이들의 이야기일 것 같지만, 부모가 모르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학교엔 쉬러 온다 6학년만 해도 학원 몇 군데 돌다 보면 밤 10시. 김 교사는 “요즘은 학교 공부로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면서 “실력보다 많이 기대하니까 부담스러워하고, 주변의 부담감으로 극단적 성격을 나타내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저학년에서는 침울한 표정으로 나타나다가 고학년이 되면 우울증이나 극단적 성격으로 표출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대상은 그들이 가장 잘 보이고 싶은 대상, 바로 ‘부모’다. 김 교사도 아이들은 ‘부모’를 실망시키는 것에 가장 심한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집에서는 ‘반짝’ 하는 것 같지만, 상황을 벗어나면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다는 것. “눈은 저를 쳐다보지만 교사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멍한 상태, 무기력증이 심각한 수준이에요.” 김 교사는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이들은 엄마를 사랑하지만, 엄마의 잔소리와 놀지 못하게 하는 강압이 가장 싫다며 “에이 씨~”로 시작하는 거친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에 대한 저항감이 큰 아이들. “요즘은 아이들이 거의 학교에 놀러 온다고 해요. 예전에는 포근함으로 대표되는 엄마의 이미지가 지금은 간섭하고 속박하는 대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여학생들은 ‘집단 형성’ 여학생의 특징은 ‘막강 미녀파’ 등 이상한 명칭을 달고 집단 행동을 하는 것.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하고, 야단치면 똑같은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기도 한다. 배가 아프다며 수업 중 시간을 두고 빠져나가기도 하고, 현장 학습을 가면 뭉쳐 다니며 교사 말을 따르지 않는다. 몇몇 카리스마가 있는 아이를 중심으로 무리가 만들어지면 결국 왕따 문제로까지 번지는 경우가 심심찮다. 무리를 짓고 그 속에서 없는 말을 만들어내고, 별 잘못이 없는데도 한 아이를 모함하고, 사소한 일에도 ‘스토리’를 만드는 성향, 갈수록 여학생들 사이에서 빈번해지는 일이다. 문제, 가정에서 시작된다 김 교사는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거의 100퍼센트가 가정에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주로 폭력이나 가정 불안, 소외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에게서 문제 행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단다. 부모의 근무 시간이 일정치 않아 아이들 얼굴을 볼 수 없고, 결국 학원으로 내돌려져 아이들이 가정교육의 영향을 받지 못하는 것. 이런 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 게임중독이다. 이런 경우 혼자 있을 때는 순수하지만, 여럿이면 몰려다니며 과잉 행동을 하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많단다. “가정이 안정된 아이들은 공부는 못할지 몰라도 문제는 일으키지 않아요. 결국 해결 방법이 가정의 회복 안에서 찾아져야 한다는 뜻이죠.” 가정에서 부모, 자식 간에 충분한 상호작용이 절실하다. 학교와 가정, 연계 필요해 6학년 B군, 수업 시간에 느닷없이 이상한 반복음을 내는 전형적인 틱 장애가 있다. 벌써 여러 차례. 아이들은 “또 시작”이라며 수군거린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아라. 다 같이 사이 좋게 지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선생님, B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잖아요”라며 발끈한다. 이런 상황이니 B가 ‘왕따’를 당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틱 장애나 ADHD 같은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이 꽤 있어요. 계속해서 코를 후빈다거나 헛기침을 하는 아이, 갑자기 과거 이야기를 들먹거리며 수업 시간에 앞에 앉은 아이의 뒤통수를 때리며 시끄럽게 말하는 아이도 있고요.” B의 경우는 좀 심한 것 같아 부모에게 연락을 했다. 학교에 와서 상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그러자 “우리 애가 공부는 좀 못하지만 좀 늦된 것일 뿐, 애는 정신적으로 아무 문제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교사가 의사가 아니기에 더 이상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어머니를 잘 설득해 병원 치료를 받아보도록 권하고 싶었단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말은 “선생님이 전화하셨더라고. 한번 학교에 나오라네. 뭘 바라나 봐”라는 것이었다. B군의 어머니는 아직도 학교를 찾지 않았다. 김 교사는 “한번 뵙자고 연락드리면 어머니들이 이상한 오해를 하기 일쑤”라며 “요즘 젊은 교사들은 아이가 진짜 사고치지 않는 이상 전화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귀찮아서가 아니라 이상한 오해를 하니 범주에서 벗어나는 일은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 설명했다. 여러 아이들 속에서 보면 분명 학교 부적응인데, 엄마들은 단순히 발달이 늦어 공부를 못할 뿐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타깝단다. 때문에 교사들은 아이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학교와 가정의 연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교사에 대한 오해를 풀고, 충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경동초등학교 남미숙 교감의 해석이다. “6학년 아이들의 문제는 6학년 교실에서 갑자기 생겨난 문제가 아니에요. 5년 동안 모아둔 학교 생활에 대한 불만, 아이들의 일탈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 내 자녀 중심의 가정교육 등이 함께 빚어낸 결과죠.” 교사를 믿고 따르는 가정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사이 우리 아이들은 더욱 거칠어지고 안으로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