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까다롭고 비현실적 보육시설 인증제, “애 잡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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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admin | 작성일 | 2007-07-18 00: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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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울산 H어린이집 유아 사망 사건으로 보육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보육시설 인증제가 아이들의 보육수준을 끌어올리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육시설 인증을 받기까지 평가기준만 잔뜩 늘어나 불필요한 행정력 부담이 커지면서, 이로 인해 보육시설 종사자들이 정작 아이들 교육에 집중할 여력마저 뺏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지난 5월에는 ‘보육시설 평가인증’을 준비하던 수원의 한 보육시설 원장이 인증제에 따른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만큼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가 민간 보육시설의 교육여건 질적 개선을 위해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보육시설 평가인증제’의 평가 기준이 까다롭고 현실성이 떨어져 보육시설 원장 및 교사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육업계는 ‘현실성 없는 기준이 죽음을 불렀다’며 집단 반발을 했지만, 최근 울산의 H어린이집(24시간 보육시설)에서 故 이성민군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사건이 묻힌 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H어린이집 사건에 대해 보육업계는 반성하고 자숙하자는 입장이지만, 이와 별개로 보육현실이 무시된 채 진행 중인 여성부의 평가인증제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보육시설의 원장은 “아이들을 돌봐오며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요즘 처럼 이런저런 기준에 맞춘 운영을 하다보면 정체성을 잃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며 “마음 같아서는 이런 열정으로 다른 일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고 한탄했다. 한국보육시설연합회 이라 위원장은 “100년 된 유치원 역사에 비한다면 보육시설의 10년 역사는 매우 짧지만 짧은 시간동안 급속한 발전을 이뤄왔다”며 “특히 가정보육시설은 현재 전체 보육시설의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보육환경 면에서 국공립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엔 가정보육시설에 대한 관리·점검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복잡해 보육교사가 관련 행정업무를 보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렇게 업무가 과중된다 해도 아이들이 얼마나 채워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교사만 뽑을 수 없기에 보육원 원장들은 밀리는 업무와 아이 돌보는 일에 24시간이 모자라다는 것. 그는 정부의 보육시설 정책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실제 운영자 입장에서는 제도 따라잡기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위의 수원 보육시설원장의 죽음에서와 같이 ‘보육평가 평가인증제’만 해도 규모에 따라 60~80여개의 항목에 대해 9~10여개월간 평가기간을 거쳐 승인받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운영자와 영유아가 보다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에 대해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보육 전문가들은 영유아를 위한 국가 차원의 ‘안전공제회’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내성이 부족해 잦은 질병과 사망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생후 24개월 미만 영유아들을 대상으로 국가가 지원하는 보험제도를 만들어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교사와 국가가 함께 공동 책임지자는 것. 문제는 국내에서 이러한 정책 제안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한 흔적조차 없으며, 영유아 보호를 위한 보험에 대해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보육시설 과도기에서 좀 더 현실과 맞물린 정책 진행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실을 반영한 제도만이 보육시설에서 아이들이 더욱 안전하고 편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한편 이번 H어린이집 사망사건과 관련 여성부는 공식 입장은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이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해 관련 대책을 강구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여성부의 관련 사건을 계기로 영유아와 보육시설 내 실질적인 기준 및 정책 마련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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