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청비
`
  • 상담문의
제 목 1등 아니면 수업중 발언권도 없다!
작성자 iadmin 작성일 2007-07-05 00:00:00
조회수 2,973회 댓글수 0
1등 아니면 수업중 발언권도 없다! “1등이 아니면 ‘인격적 대우’는커녕 발언 자체도 묵살당하는 분위기가 더 억울하고 힘들다.” 지난 5월 중순, 서울 ㅁ고등학교 3학년 한 교실에서 이뤄진 설문조사 ‘어떤 경우에 학교 현장이 1등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느끼는가?’에 대한 대다수 학생의 대답이다. 현재 성적이 전교 최상위 수준인 백모군은 “성적이 중간 정도였던 중학 때는 수업시간에 문제제기를 하면 ‘쓸데없는 소리로 수업 분위기 흐린다’는 핀잔을 들었는데, 성적이 좋은 지금은 ‘이렇게 다양한 데에 관심이 있느냐’는 칭찬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수업시간에 하는 질문이나 문제제기에도 발언권의 ‘제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1등을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꼴찌를 하면 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는 우리나라 교육의 솔직한 현주소다. 이어 학생들은 ▲ 시장상, 교육감상 등 학내외 각종 시상에서 분야를 불문하고 수상이 1등에게 몰리고 ▲ 보충수업서도 국·영·수 과목이 모두 편성된 심화반에 비해 일반반의 수업은 부실하게 구성되며 ▲ ‘야자’를 하는 학내도서실의 환경이 우열반에 따라 다른 것 등을 ‘1등 중심 학교현장’의 사례로 꼽았다. 같은 반의 황모군은 “수행평가는 교사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개입하는데, 이 경우 결과가 좋지 않아도 1등에게는 높은 점수가 돌아간다”고 지적하며 “가끔 이런 주관적이고 모호한 기준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공부나 잘하라’는 무시 일색이어서 대부분 이러한 현실을 인정하고 들어간다”고 전했다. 학교 현장에서의 1등 독식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입학철과 졸업철만 되면 으레 등장하는 ‘수석입학’과 ‘수석졸업’ 기사. 그러나 그 뒤편에는 수석입학과 수석졸업이 되기 위해 1년 내내 관심받고 관리받는 ‘1등’과 그로 인해 방치된 ‘나머지’가 존재한다는 것이 학부모와 교육단체의 쓴소리다.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우리 교육현장에는 학력신장과 효율성 강화라는 구호만 남았을 뿐, 약자에 대한 배려와 공존에 대한 가치는 무너졌다”고 진단한다. 김정 공동대표에 따르면 강남의 ㄷ중학교 등 일부 학교에서는 영어수업시간 내내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한 반 35명 중 10여 명이 외국 체류 경험을 가진 지역 특성이 작용한 결과지만 나머지 20여 명에 대한 배려는 없다는 지적이다. 김정 공동대표는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들이 이 수업시간에는 열등그룹으로 떨어지고 비정상적인 아이 취급을 받는다”며 “하지만 이의 제기도 1등이나 승자 아이들이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학교 풍토에서 제대로 불만도 토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학교는 1등중심문화의 시작이다. 지난 10월 특목고 시험을 치른 이화여자외국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칸박이가 처진 대기실에서 참고서를 읽고 있다. <남호진 기자> 그는 또 “교육격차, 양극화로 가는 대한민국 교육에서 최근 논의되는 고교등급제 도입은 한마디로 학부모등급제를 하겠다는 의미”라며 “예전에는 교육을 통해 평등해질 수 있었으나 요즘엔 교육이 오히려 불평등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대신고 교사는 “요즘 전인교육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최근엔 교육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형식적인 인정도 없어진 상태로, 국가나 사회가 최소한의 거리낌도 없이 적나라하게 학력 일등주의로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교사는 “초등 1학년 입학해서 형식적으로 가, 나, 다, 라를 배우고는 3월 말에 바로 받아쓰기 테스트를 한다”며 “이는 사전에 집에서나 학원에서 배워오는 것을 전제로 한 교육으로, 그 과정의 최고수준에 있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수업”이라고 진단했다. 교육기능이 선별에만 주목함으로써 선택받지 못한 아이들로선 권리로서 누려야 할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라는 것이다. 김 교사에 따르면 최근엔 학생간부수련회를 해외로 계획하는 학교들이 많다고 한다. 학생회 간부들이 대부분 윤택한 집안 출신에 성적 또한 상위권인 점을 감안하면 학교 예산 사용이 적절치 않다고 반대하는 일선 교사들과의 마찰이 많다는 것. 이렇듯 수업현장뿐만 아니라 학교활동 전반에 걸쳐 ‘선택받은 몇 %’ 위주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지적이다. 김 교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1등 경쟁이 이뤄진다면 그나마 다행인데, 오로지 학력으로만 줄 세우기하고 있다”며 “교육현장만큼 천박한 자본주의가 판치는 곳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ㅁ고등학교 최모 교사는 “잘 나가는 애들은 그냥 슬슬 밀어만 주어도 되지만 정작 공부 못하고 문제가 있는 애들은 더 관심을 갖고 여러모로 이끌어주어야 한다”며 “그래서 나는 편애하는 선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수많은 ‘낙오자’를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다짐이다.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 목록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교육계 소식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