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교대에 넘치는 30대학생들 "캠퍼스에선 翁으로 통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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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admin | 작성일 | 2007-07-05 00: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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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에 넘치는 30대학생들 "캠퍼스에선 翁으로 통해요" 올해 서울교대 최고령 남자 신입생인 고방연 씨(31). 그의 별명은 `광연옹`이다. 18~19세의 과 동료들이 `오빠` `아저씨`라고 부르기엔 어색하다며 붙여준 애칭이다. 띠동갑 친구와 머리를 맞대고 팀 과제물을 하는 자신이 이젠 낯설지 않다. 교대 2학년인 고등학교 9년 후배가 학교 내에선 `하늘 같은` 선배다. 그래도 `까마득한` 고등학교 15년 후배와 나란히 2학년 수업을 듣고 있는 고씨의 고교 6년 선배보다는 상황이 낫다. 서강대 영문학과 96학번인 그는 졸업 후 학습지 업체에 취직했다. 회사를 다니다 2년을 벼른 끝에 지난해 3월 사표를 냈다. 고방연 씨는 "40세를 넘으면 구조조정 불안감에 떠는 일반 직장보다 교사가 되면 인생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영문학 전공자로 초등학교에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해보고 싶어 교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늙다리` 교대 신입생이 늘고 있다. 경력도 각양각색이다. 고씨처럼 번듯한 직장에서 교사 지망생으로 컴백한 신입생부터 대학 재학중 틈틈이 공부해 1학년으로 유턴한 학생까지 다양하다. 이들을 교대로 끌어들인 가장 큰 매력은 물론 직업적 안정성이다. 졸업만 하면 거의 100% 취업이 보장되고 정년도 63세로 구조조정 무풍지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르치는 재미`를 뒤늦게 깨달아 인생 항로를 바꾼 30대 신입생도 적지 않았다. ◆ 교원임용시험 나이제한 없어져 = 서울교대 올해 신입생(07학번) 중 정상 연령(만 18세)에 입학한 1학년은 276명. 1학년 정원(562명) 중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 절반은 최소 재수부터 장수를 경험한 학생들이다. 특히 올해 서울교대 21세 이상 신입생은 총 73명으로 10명 중 1명 이상은 `늙다리` 신입생이다. 30세 이상 신입생도 7명(남자 1명, 여자 6명)이나 있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주요 교대에도 30세가 넘어 입학하는 신입생이 많다. 2005년부터 교원임용시험 응시제한(40세)이 없어지면서 늦은 나이에 교대 입학을 고려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전 연령층이 교대에 몰리다 보니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 서울교대 경쟁률은 2.1대1에서 2.9대1로 높아졌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실장은 "2000년 이전만 해도 서울교대 합격선은 서울 중ㆍ상위권 대학 수준이었다"며 "그러나 요즘은 연세대ㆍ고려대의 웬만한 학과 수준에 맞먹을 정도로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 왜 몰리나 = 올해 고려대 법대에 복수 합격한 뒤 서울교대를 선택한 A씨는 "아무래도 평생직장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직장인들의 인생 목표가 돈, 성공에서 안정된 미래로 급속히 이동하는 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미래에 따른 불안감에 미련 없이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교대를 택하는 경우도 많다. 20대의 경우 취업에 대한 압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교대를 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30대를 훌쩍 넘은 교대생 가운데에는 늦게 가르침에 재미를 느껴 입학에 도전하는 신입생이 많다. 지난해 전주교대에 입학한 양정은 씨(38). 서울 모 대학 영문과(89학번)를 졸업한 뒤 2000년 결혼과 함께 직장에 사표를 냈다. 아이를 키우며 틈틈이 아르바이트 삼아 학원강사를 하던 양씨는 "당시 직장생활에서 느끼지 못했던 `가르치는 재미`를 느꼈다"며 "제대로 된 교사가 돼보겠다는 생각으로 교대에 재입학했다"고 말했다. 고방연 씨는 "졸업 후 교사가 되기 위해 서울대 대학원 영어교육학과에 두 차례 지원했지만 낙방했다"며 "그러나 교사직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었고, 이것이 교대 신입생으로 다시 출발하게 된 주요 동기"라고 말했다. ◆ 뜨개질 피아노 배우다 후회할 수도 있어 = 하지만 적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안정적인 직장에 매력을 느껴 교대에 몰리는 현상은 위험하다는 충고가 많다. 교사에 대한 사명감이 없다면 교사직 또한 `고난의 길`이기 때문이다. 가령 교대의 한 학기 이수과목 수는 평균 11과목에 달한다. 일반 대학의 2배 수준이다. 또 남학생이라도 피아노 뜨개질 등 다양한 실과과목을 배워야 하고, 여학생이라도 구르기, 허들넘기 등을 이수해야 한다. 중ㆍ고등학교 때 들었던 수업을 다시 들어야 하는 셈이니 자칫 학교생활에 정을 붙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일반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후 교대에 재입학한 학생 중에는 염증을 느끼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30세를 넘어 교대를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은 "사실 대부분 수업이 들어본 내용이어서 흥미 있지는 않다"고 토로했다. 고방연 씨는 "가르치는 것 자체를 정말 좋아하는지 냉정히 생각해본 뒤 교대 입학, 임용고시 등에 도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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