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름다운 이야기 22 <우는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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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iadmin2 | 작성일 | 2008-06-27 00:00:00 |
조회수 | 685회 | 댓글수 | 1 |
“잠깐만요.”
다섯 살 난 아들 아이가 유치원 문 앞에서 한참이나 기다려 만난 엄마를 향해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엄마가 응하자, 아이는 반대쪽에 차들이 늘어서 있는 곳으로 걸어가 깊숙한 곳을 찾는다.
이 곳 저 곳 기웃거리던 아이는 엄마를 흘낏 살피고는 구지 보이지 않는 구석을 찾는 듯 했다.
몇 번 눈길을 주던 엄마가 애써 모르는 척하자, 아이는 모자를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서 있다.
“이제 갈까?”
엄마의 제의에 멈칫거리며 나선 아이는 모자의 앞 챙을 깊숙이 눌러 쓰고 있다.
모자에 가려 앞이 보이지 않겠다고 걱정하며 아이의 챙을 치켜드는 엄마에게 아이는 짧게 답했다.
“괜찮아요!”
아이의 목소리가 촉촉이 젖어 있다. 심상찮은 낌새에 엄마가 아이의 눈가를 살핀다.
모자를 눌러 쓰고 외면한 눈길이 발갛게 충혈된 채 젖어 있다.
“왜?”
그랬구나. … .
엄마는 아이에게 물으려다 말을 삼킨다. 그리고 이유를 더듬는다.
약속시간을 넘겨 나타난 엄마를 기다리다 지친 아이는 엄마를 만난 순간 울고 싶었던 게지.
어른들도 슬프거나 화가 나거나 분하거나 미워하거나 서러울 때, 때로는 목이 메도록
애타게 기다리던 이를 만나도 눈물을 흘리지 않던가.
어린 아이도 때 맞춰 나타나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며 얼마나 초조하고 두려웠을까.
그 마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씩씩한 남아 대장부가 운다고 흉 볼까봐, 열심히 헉헉거리며
달려온 엄마가 걱정하실까봐, 마음이 맑은 아이는 혼자서 마음을 삭이고 눈물을 참으려
잠깐의 시간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랬구나, 아가야. 네 마음이 그랬구나.”
엄마는 말없이 아이를 가슴에 품고 다독거린다.
< 출처 : 아아세상, 2007년 6월 동덕여대 아동학과 정대련 교수 아름다운 이야기 中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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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혜님의 댓글
doooi 작성일이 글 정말 가슴이 찡합니다... 나의 24시 아이들을 떠올려보니 더욱 마음이 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