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흔들리는 미국 교육 현장의 다문화주의 | ||
---|---|---|---|
작성자 | 임미선쌤 | 작성일 | 2007-09-05 00:00:00 |
조회수 | 1,082회 | 댓글수 | 0 |
美 교육현장의 문화다원주의 인종·종교 등 ‘타인의 취향’ 존중하는 법 가르쳐 <2911@joongang.co.kr> | 제24호 | 20070825 입력 • 미국의 多문화주의가 흔들린다 미국은 아직도 ‘인종의 도가니(melting pot)’라고 불린다. 다문화주의적 표현인 ‘샐러드 접시(salad bowl)’와 병행해 쓰인다. ‘인종의 도가니’는 1908년 영국의 유대계 극작가인 이즈리얼 쟁윌(1864~1926)이 쓴 희곡 이름에서 유래했다. 유럽의 여러 민족이 ‘단일 미국 민족’으로 재탄생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연극이었다. 미국에 사는 인종들은 서로 문화적 영향을 준다. 예컨대 피자ㆍ타코ㆍ스시를 백인ㆍ흑인ㆍ히스패닉들이 공유한다. 그러나 상호 동화의 속도는 더디고 다양성은 두드러진다. 그래서 다양성은 다양성으로 대처하자는 것이 다문화주의다. 이열치열(以熱治熱)인 셈이다.1960년대 민권운동에서 발아한 다문화주의를 미국의 각급 학교는 적극적으로 가르친다. 대학에서는 다문화주의 연구소와 학과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다문화주의를 아예 ‘사명 선언문(mission statement)’에 포함시키는 학교도 많다. 취업 후에도 문화다양성 훈련을 계속 받아야 한다. 교육자들을 양성하는 학부와 대학원 과정에서도 다문화주의는 필수과목인 경우가 많다. 다문화주의의 교수법은 다문화주의가 표방하는 다양성에 걸맞게 지극히 다양하다. 그러나 내용은 통일성이 있다. 다문화주의 교육은 역사ㆍ사회ㆍ문학 교육 커리큘럼에 인종ㆍ성(gender)ㆍ비(非)서구문화에 대한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다문화주의 교육은 비주류 문화에 대한 ‘오만과 편견’을 ‘겸손과 수용’으로 바꾸고자 한다. 다문화주의는 ‘타인의 취향’에 대한 관용을 가르친다. 여기서 타인은 동성연애자ㆍ양성애자일 수도 있고 다른 세대,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 다른 사회경제적 계층의 사람일 수도 있다. 언어 구사에서는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도록 교육한다. 특히 남녀차별적 언어는 ‘양성(兩性) 포괄 언어(inclusive language)’로 바꿔야 한다. 미국의 어두운 면을 비판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문화적 상대주의에 따라 미국의 문화와 전통도 ‘그저 여럿 중 하나(just one of them)’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교육을 많이 받을수록 반미가 된다’는 한탄도 있다. 다문화주의 교육으로 ‘백인 선조들’이 쓴 저서는 학교교육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음까지 들린다. 『논어』,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 등 비서구 문명의 유산을 학생들이 읽는 것도 좋지만 우선 셰익스피어ㆍ성서ㆍ호머를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문화주의에는 미국의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도 있다. 컴퓨터 사용 능력(computer literacy) 못지않게 다문화 문해력(multicultural literacy)도 강조된다. 나의 문화와 남의 문화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미국의 다문화주의는 전 세계로 수출됐다. 그러나 다문화주의가 세계화와 만나면 그 자체가 문화제국주의, 교육제국주의가 될 수도 있다. 다문화주의는 미국 문화의 전 세계적 채택으로 가는 일종의 ‘햇볕정책’일 수도 있다. < 미국의 多문화주의가 흔들린다 > 美 히스패닉 파워에 백인들 거부감 김환영<2912@joongang.co.kr> | 제24호 | 20070825 입력 지난 18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한국의 민족 동질성에 대한 강조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다양한 민족 집단에 대한 이해ㆍ관용ㆍ우호를 증진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 사회가 다민족 사회라는 것을 한국이 수용하고 교육ㆍ문화 등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동질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24일 국내 외국인 체류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따라서 한국도 앞으로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를 수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참조할 만한 사례는 미국이다. 다문화주의는 지난 50년간 미국 사회ㆍ교육 현장을 지배해 왔다. 다문화주의는 사회 내의 이질적인 민족ㆍ문화ㆍ종교 등의 공존을 꾀한다. 그런데 최근 미국 다문화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양성의 죽음’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하버드대 로버트 퍼트넘 교수가 6월에 발표한 논문에 대한 보도였다. 논문 제목은 ‘여럿에서 하나로: 21세기 다양성과 공동체’. 논문 내용은 미국의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이 미국을 더 강하게 한다는 기존 믿음과 상충됐다. 퍼트넘 교수는 이질성이 심한 공동체일수록 투표율ㆍ자원봉사활동ㆍ기부 등 구성원의 사회 참여가 저조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자신과 인종이 같건 다르건 타인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도 발견됐다. 반면 동질성이 높은 공동체일수록 시민활동이 활발했다. 연구 결과는 믿을 만했다. 퍼트넘 교수는 미국인구조사국과 협조해 41개 지역사회에 사는 3만 명을 인터뷰했다. 대표적 우익 논객 중 한 사람인 팻 뷰캐넌 등 보수주의자들은 희색이 만면했다. 특히 퍼트넘 교수가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연구의 이용가치는 더욱 높았다. 뷰캐넌은 “미국은 불법이건 합법이건 모든 이민을 중단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1993년 “문화다원주의가 영미(英美) 전통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했던 인물이다. 퍼트넘의 논문은 다문화주의를 흔드는 일련의 흐름에 속한다. 2006년 4월 뉴욕 타임스(NYT)는 ‘다문화주의의 사망’이라는 글을 실었다. 정보화 시대의 신흥 지배 엘리트인 보보스(Bobos) 개념을 제시한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썼다. 그는 민주당이 재집권하려면 다문화주의를 매개로 소수계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백인 노동계급을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4년에는 문명충돌론으로 유명한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 교수가 『우리는 누구인가: 국가 정체성에 대한 21세기의 도전』에서 미국의 정체성 상실을 우려했다. 특히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을 경계하며 다문화주의의 결과로 미국은 붕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02년 11월 에인 랜드 연구소는 뉴스레터 특집에서 다문화주의란 서구문화의 우월성을 부정하는 또 다른 형태의 인종주의라고 공격했다. 이같이 다문화주의에 도전하는 글들은 2001년 9·11 이후 진행된 미국 사회의 보수화를 반영한다. 내부적 단결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염원도 담겨 있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비판은 이민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직결돼 있다. 지난 6월 28일 12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에게 합법적인 지위를 부여하려던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민개혁안이 좌절됐다. 상원이 이민개혁법안을 반대 53 대 찬성 46으로 부결했다. 그 과정에서 미 상원의 전화가 불통됐다. 반(反)이민 활동가들이 개혁안에 반대하는 항의ㆍ경고성 전화를 거는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문제는 급증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백인들의 거부감이다. 미국인구조사국에 따르면 1970년에 외국 국적 출신의 미국 인구는 1000만 명이었으나 2000년에는 2800만 명이 됐다. 그중 3분의 2는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이다. 현재 불법 이민자 수는 1200만 명 이상이며 역시 그중 80% 이상이 중남미 출신이다. 2050년이 되면 백인 인구가 현재의 69.4%에서 50.1%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대로 히스패닉은 12.6%에서 24.4%로 늘어난다. 현재도 미국 카운티 가운데 백인이 소수인 곳이 10%나 된다. 결국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많은 주류 백인들은 ‘히스패닉 이민자들은 미국 사회에 동화할 수 없을 정도로 이질적’이라고 느낀다.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미국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히스패닉 문화에 동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에는 이민법을 개정해 불법 이민자를 돕는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려고 하자 대규모 시위사태가 미국 전역을 휩쓸었다. 특히 4월 10일에는 102개 도시에서 10만~50만 명에 달하는 반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은 스페인어로 “노소트로스 소모스 아메리카(우리가 곧 미국이다)”라고 외쳤다. ‘1492년 이후 미 대륙에 온 유럽인들은 모두 불법 이민자’라는 구호를 부르짖으며 멕시코 국기와 체 게바라(쿠바 혁명의 영웅) 사진을 흔들기도 했다. 백인들로서는 의구심이 들 만했다. “저들은 미국 사람인가 멕시코 사람인가?” 주류 미국인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것 중 하나는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스페인어를 계속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영어를 미국의 유일 공식 언어로 지정하자는 운동(English-only Movement)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26개 주에서 영어를 단일 공식 언어로 지정했으나, 미국 연방정부는 공식 언어를 명시적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그렇다면 미국의 다문화주의는 사망의 길을 가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다. 다문화주의는 미국의 본질이자 숙명이다. 퍼트넘 교수는 자신의 논문이 악용되는 것을 경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민 증가와 다양성은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 인종 다양성은 중요한 사회적 자산이다.” 다이버시티잉크(DiversityInc)라는 온라인 잡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다수의 회사가 ‘다양성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이민자의 유입도 불가피하다. 2000년 이후 미국 노동력 증가의 47%는 이민자 유입에 따른 것이다. 2008년 미국 대선에 출마할 후보들도 소수계 유권자들에게 구애해야 하기 때문에 반(反)다문화주의 입장에 서기 힘들다. 하버드대 명예교수인 사회학자 네이선 글레이저는 『우리는 이제 모두 다문화주의자다』(1997)에서 “다문화주의는 승리했다. 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글로벌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계인에게 해당될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